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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물건

손목을 지키는 미니멀리즘

by 천천히 스미는 202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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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했을 때 손목이 아팠다. 가만히 있어도 손목이 욱신 욱신 거렸다.

손목이 아프니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다못해 쌀 씻는 것도 손목에 무리가 왔다. 

그 찌르르한 통증이 올 때면 불에 덴 사람처럼 깜짝 놀라 손목을 움켜잡는 나날이 계속됐다.

 

손목이 아프니 쓸데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쓸데없는 움직임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쓸데없는 움직임을 미니멀리즘을 통해 없애고자 했다.

 

 

 

손목과 바닥은 최악의 궁합이다. 바닥에 물건은 단 하나도 두지 않는다.

손목이 아프니 바닥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손목이 아프고 나서 제일 부담스러웠던 것은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이었다.

나는 손목이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하는지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일단 일어설 때 바닥을 손목으로 짚어야 한다. 이때 손목이 꺾이는 데 정말 악소리 나게 아팠다. 

 

이런 상황이니 바닥에 물건을 집거나 바닥에 앉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손목과 바닥의 접점을 없애는 작업을 시작했다.

 

바닥을 내 의식에서 지우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활용했다.

요는 바닥을 의식하지 않게 최대한 여러 시스템을 구축해두는 것이다.

 

첫번째 로봇 청소기 도움 받기. 바닥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도록 한다. 그럼 나는 바닥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로봇 청소기가 잘 작동하려면 바닥에 물건만 없으면 된다.

 

두번째 풋매트 버리기. 나는 주방 바닥에 깔려있던 풋매트를 버렸다. 주방에 풋매트는 다른 집에는 다 있던 것 같아서 그냥 샀던 것이었다. 내 필요나 가치관 보다는 그냥 으례 있는 물건이니까 뒀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 풋매트. 내 손목을 사용한다. 세탁하려면 이 풋매트를 내 손목을 사용해서 집어야 한다는 게 왜 꼭 그래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의식하지도 않았던 풋매트가 손목이 아프니 보이기 시작했다.

 

주방의 풋매트를 버리니 욕실 앞에 풋매트도 보였다. 풋매트.. 발에 물기를 닦아주는 것. 그럼 수건으로 발을 꼼꼼하게 닦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욕실 앞 풋매트가 내 손목보다 소중한가.

 

당장 버릴 수 있었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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