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서 20kg이 쪘다.
임신하면서 20kg이 쪘다.
정확히는 19kg.
임신 전 63k이었던 체중은 출산 때가 되자 82kg까지 쪘다.
맛있는 음식, 영양에 좋은 음식 먹으며 보낸 행복한 임신기간이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살이... 바로 빠지지 않았다.
임신했을 때 찐 살은 다 빠진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니었다.
출산 후 3개월.
다행히도 아침, 점심, 저녁 적당량의 밥을 먹자 68kg이 되었다.
그리고 임신 전 체중까지 5kg이 남았다.
남은 체중은 5kg이었지만, 전체적인 몸이 퉁퉁해진 느낌이 들었다.
얼굴도, 몸도 불어있는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다.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쉽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는 아기도 있고,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으니
운동까지 하는 의지를 쓰는 게 참 어려웠다.
돈으로 의지를 사라는 말이 있는데
필라테스나 PT를 받아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돈이 떨어지면 꾸준히 할 수 없어서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챌린저스라는 습관 만들기 어플이 있는데
여기 돈을 걸고 달리기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처음엔 돈 걸고 하는 게 사행성 같아서 꺼림칙했는데,
확실히 PT에 쓸 백만 원을 챌린저스에 걸면 무조건 달릴 것 같았다.
막상 백만 원을 걸려니 너무 무시무시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돈이 아까워서라도 달릴 것 같은 금액은 5만 원이었다.
내가 참여한 습관 만들기는 2주 동안 주 3회 3km를 달리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2주면 6회. 여기에 건 5만 원
5만 원을 6으로 나누면 8,300원.
한 번만 안 뛰어도 무려 8,300원이 까이는 구조였다.
팔천 삼백 원.
4천 원이면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먹은 셈 치고 안 뛸 수도 있겠지만,
8천 원은 좀... 씁... 한 번 안 뛰어서 내는 금액치고 상당히 아까운 금액이었다.
나는 5만 원을 달리기 습관을 만드는 것에 걸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내가 달리는 슬로우 러닝 루틴
나는 이렇게 건 5만원이 너무 아까워서
1년 동안 꾸준히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꾸준히 달린 덕분에 나는 임신 전 체중 63kg으로
달린 지 5개월 만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59kg까지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다.
나는 좀 천천히 달린다.
많이 천천히 달린다.
출산 후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데,
임신 전과 다르게 폐가 다 펴지지 않은 듯 숨쉬기가 벅찼다.
그야말로 온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출산 후 100일. 3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온몸이 삐그덕 거렸다.
그래서 나는 노선을 좀 바꿨다.
천천히 달리자
최대한 느리게 달렸다.
바로 슬로우 러닝이었다.
슬로우 러닝은 이름만 들어봤는데,
그냥 내가 천천히 달리니 이게 슬로우 러닝이려니 싶다.
어느 정도 천천히 달렸냐면
나는 분명 달리고 있지만, 빠르게 걷는 사람보다 느릴 때가 있을 정도였다.
요즘도 나는 슬로우 러닝을 하고 있다.
주 3회 3km를 10분 페이스로 달린다.
여기서 페이스는 1km 달릴 때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나는 10분 페이스. 1km를 10분 동안 달린다.
이 정도 속도로 뛰면 숨이 하나도 차지 않는다.
같이 뛰는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할 수 있는 정도다.
심박수는 140 bpm 정도가 나온다.
가볍게 운동하는 정도다.
이전에 숨차게 러닝 할 때는 160 bpm 정도가 나왔다.
슬로우 러닝을 뛰기 직전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켠다.
애플워치는 심박수를 체크하기 위해 항상 찬다.
애플워치를 사기 전에는 운동하는 데 애플워치가 뭐 그리 영향이 있을까 싶었다.
운동 그 자체를 즐겨야지 애플워치에 연연해서 운동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막상 차고 경험해 보니
이젠 애플워치 없이 운동하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애플워치 없이도 핸드폰만으로도 나이키 런 클럽을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지만,
애플워치를 차고 운동하는 걸 소소하게 추천하고 싶다.
애플워치로 심박수 체크 안 해도 상관없지만,
그냥 마인드가 뛰고 싶게 만드는 데 애플워치가 일조한다.
나이키 런 클럽에서 시작을 누르고 뛰면
1km, 반환점인 1.5km, 2km 그리고 마지막 3km를 뛸 때마다 알려준다.
km와 함께 현재 걸린 시간과 페이스도 함께 알려준다.
이때 전달받은 페이스를 통해 일정한 속도로 뛰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이 알림은 계속 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1km를 뛰면 다음 1.5km가 기다려지고, 2km를 뛰면
이제 1km가 남았다는 사실에 3km를 쭉 뛸 수 있다.
이렇게 3km를 천천히 슬로우 러닝으로 뛰고 나면
다 뛰었다는 나이키 런 클럽 결과 페이지가 뜨는데,
이걸로 챌린저스에 인증을 한다.
나는 이렇게 슬로우 러닝으로
출산 후 20kg을 천천히 뺄 수 있었다.
물론 20kg을 슬로우 러닝만으로 뺀 건 아니다.
19kg. 그중 14kg은 출산 후 3개월 만에 적당한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졌다.
그리고 남은 5kg과 추가적인 4kg을 슬로우 러닝을 통해서 뺀 것이다.
하지만 20kg가 쪘다는 중압감,
몸무게는 줄었지만 82kg으로 보이는 내 안의 위축감.
거기서 나는 슬로우 러닝을 통해 해방할 수 있었다.
나의 슬로우 러닝 루틴🏃➡️
1. 애플워치를 찬다.
2.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켠다. Start를 누른다.
3. 슬로우 러닝을 3km, 10분 페이스, 140 bpm으로 뛴다.
4. 나이키 런 클럽에서 3km를 다 뛰었다는 알림이 들린다.
5. 챌린저스로 인증한다.
슬로우 러닝으로 내가 겪은 변화

슬로우 러닝을 하고 나면 요즘 같은 여름 날씨에는 땀이 줄줄 난다.
걷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지만,
확실히 느리지만 러닝을 하게 되면 땀이 줄줄 난다.
땀을 쭉 빼고 나면 엄청 개운하다.
요즘엔 슬로우 러닝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내적 친밀감도 생기면서, 응원하게 된다.
달리기 전에는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내 느린 달리기를 보고 비웃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달리고 있으면 내 페이스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슬로우 러닝을 하면서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저 멋있다.
나도 나만의 속도로 달리기도, 인생도 살아야겠구나 하며
오늘도 꾸준히 달린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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