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를 쓰면서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내 글이 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지인 분에게 말하니 책 한 권을 추천해 줬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이었다.
오늘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독후감이다.
❋ 이 글은 책을 소개하는 서평이 아니고, 나의 개인적인 감상에 초점을 둔 독후감이다.
Yes, I Can! 중요한 건 학력보다 내가 하고 싶느냐, 아니냐.
처음 인상 깊었던 건 저자 소개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펴 저자 소개가 있는 책날개를 폈는데,
저자는 그 흔한 출신 대학 한 줄 쓰지 않았다.
다만 그저 교정 업계에 있으면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작가들의 글을 다듬고, 교정했을 뿐이라며 담백한 자기소개를 담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이 책이 마음이 들었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력, 약력으로 본인을 소개하지 않고, 그저 교정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책을 읽을 줄 몰랐을 때는 그저 냅따 책 중간을 펴서
대충 파악했었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책을 다 갖다 버리고 내 수준에 맞는 책을 읽게 되면서
책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읽을 줄 알게 된 근거는 우선 목차를 처음 살피고, 그다음 저자 소개를 본다는 점이다.
목차로 이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피고,
저자 소개를 보며 어떤 사람이 어떤 톤으로 책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담담한 자기소개가 학력, 약력으로 우쭐대지 않는다는 게
책을 읽기 전, 나는 마음도 가벼워지고, 마음이 열렸다.
그러다 나를 돌아보게 된 건 나는 학력에 연연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20대 때는 나보다 학력이 높으면 더 똑똑할 것이라 생각해서 많이 쫄았었다.
내 의견을 말할 때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 의견이 나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보다 더 낫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다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휘둘릴 때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대학원이라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의 주눅이 신경 쓰였다.
그러다 이 책의 저자를 보고 깨달았다.
결국 학력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본질이 아닌 것에 현혹되면 내 시간은 휘둘리고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것.
그 보다 내가 내 시간을 버리게 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쓸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하고 집중해야겠다는 점을 되새겼다.
빼기. 쓸 데 없는 물건을 버리듯, 쓸 데 없는 글자는 빼기
책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하는 실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그, 이, ~의 같은 수사를 작가들이 많이 쓴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나도 블로그를 쓸 때 그런 수사를 많이 쓴다는 게 보였다.
이를 테면, 그냥 ‘커피가 맛있다’ 하면 될 것을
굳이 ‘이 커피가 맛있다’하는 식으로 ‘이’를 붙이는 것이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많이 마주했다.
또, 재밌으면서 부끄러웠던 점이 있었다.
목차부터 부끄럽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들.‘
~대한, ~것 같이 학술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표현을 교정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항상 지적여 보이고 싶었다.
실제로 지적이면 해결될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항상 안타까움을 자처했다.
글을 쓸 때 부풀리는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읽어보면 내 생각이 들어있지도 않고, 별 내용이 없는 데 길기만 하다.
이런 글 쓸 때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들‘을 쓰면 된다.
내가 딱 그랬다.
그만큼 나는 내 생각이 없었다.
생각이 없어도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적여 보일 수 있는 표현들을 쓰면서 말이다.
미니멀리즘을 하면서 나는 물건을 버렸다.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 현재 쓰지 않는 물건, 과거의 물건, 나중에 쓴다고 쟁여둔 물건들을 버렸다.
내가 지금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남겼다.
그러다 보니,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글 이전에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내 현재를 받아들이듯, 내가 가진 생각보다 부풀려 보이는 것들도 버리고,
내 생각을 축소하는 표현들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을 마주하고, 그 수준을 객관적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담백하게 내 생각을 담백하게 글로 담아야겠다는 통찰을 얻었다.
글을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 내 생각 중 필요하고, 중요하고, 현재의 생각만 남기고,
나머지는 물건을 버리듯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지적이고 싶어 보이는 표현들도 1순위로 버리게 됐다.
미니멀리즘이 내 현실을 정돈하는 수단이 되듯,
내 생각과 글도 미니멀리즘을 적용해야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글은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하는구나
교정은 책에서 쓸데없는 글자를 빼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교정의 범위가 넓었다.
책을 읽는 독자가 더 문장을,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단어의 순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쓸 때 의식의 흐름대로 쓸 때가 많았다.
읽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내 위주로 썼다. 마치 일기처럼 말이다.
그런데 책에서 말하는 여러 예시를 보니,
단어의 순서가 글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이 길어지고, 내용을 이해하는 단어가 뒤에 위치할수록 글을 읽기 어려웠다.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잘 알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주어,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으니 길을 잃은 문장 같았다.
그런 문장은 읽기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기분이 들지 않도록 글을 쓸 때는 주술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의식해야겠다.
또, 책을 읽으니 글을 명확하게 써야 한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인 것 같다.’, ’~같기도 하다 ‘ 같이
내가 모호한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저자는 사실은 사실대로 명확하게 말해야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이 표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생각까지도 교정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확신이 없고, 자신이 없는. 그래서 유체이탈 화법을 쓰거나, 글을 책임지지 않는 회피적인 생각들이
글에서 표현된 것이다.
내 생각에 자신을 갖고 글을 써야겠다.
무조건 내 생각이, 내 말이 맞다는 식의 자신감이 아니라,
내 생각에 나 스스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생각도 다듬고, 생각을 마주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말 나한테 필요한 생각인가, 불필요한 생각은 아닌가,
누군가한테 상처가 될 표현인가, 그것을 꼭 해야 하는가,
내가 추구하는 바인가, 내가 원하는 것인가,
내 불안을 그저 표현하는 것인가, 내 후회를 적는 것인가.
충분히 고민하고 필요한 생각 외는 버린다.
물건을 버릴 때처럼 불필요한 생각을 버리고 글을 써야겠다.
그럼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도 줄 것이다.
물건을 버리면 끝이듯, 생각도 버리면 끝이니 말이다.
나는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생각은 버리는 선택을 했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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