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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물건

책을 버렸더니 오히려 다독자가 됐다

by 천천히 스미는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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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는 항상 안 읽는 책들이 가득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안 읽는 책들을 모두 버렸다.

 

내 책은 거의 읽지 않은 새 책이라 몇 권은 필요할 것 같은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은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았고, 274,000원을 받았다.

나머지 책은 재활용품하는 곳에 종이로 버렸다.

 

내가 책을 처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 읽기 때문이었다.

책을 가지고 있는다고 책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준에 비해 어려운 책들을 많이 샀다. 

책은 사기만 하면 되니까
읽는 용도가 아니니까

 

책만 사도 내 안의 지적 허영심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사들인 책을 한 순간에 다 버린 것이다.

이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은...

 

리셋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

1. 책을 버리고 리셋이 됐다
2. 도서관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3. 100권을 빌려 다독자 회원이 됐다

 

 

 

책을 버리고 리셋이 됐다

내 마음 속엔 스스로 만든 인생의 과제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중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람이 돼야지" 같은 포맷의 과제들이 많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각각의 책은 이런 과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단번에 버림으로써, 

'이런 포맷의 마음 속 인생과제'가 한 번에 상쇄된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책을 버려 마음 속의 부채감이 없어지니,

마치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내가 현재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보였다.

 

과거의 부족했던 내가 되고 싶었던, 미래의 나에게 하라고 했던 묵힌 과제들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지금의 내가 고민하는 것을 더 알아보고,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책을 다 버리고 나니 이제는 무엇이든 읽을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과거의 짐이 끊어지고 훌훌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상태가 된 것 같았다.

 

아직 안 읽은 책도 집에 많은 데 뭘 또 책을 빌리나

 

 

도서관의 모든 책들이 자유로 보였다.

이렇게 많은 지식들을 내가 원하는 만큼 언제든 취할 수 있는 거대한 강물 같이 느껴졌다. 

도서관을 오기에 앞서 늘 "아직 안 읽은 책도 집에 많은 데 뭘 또 책을 빌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뚝'하고 끊어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유였다.

 

삶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기에 끊임없이 고민이 생긴다.

현재의 고민에 집중하기도 벅찬 게 사람이다.

그런데 과거의 고민까지 계속해서 떠 앉으려 하면 오류가 생긴다.

과거는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게 과거의 고민이 담긴 책들을 흘려보내니 

현재의 고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고민만 생각하니 찾아볼 것도 알아보고 싶은 욕구도 생겼다.

 

처음엔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또 또 어려운 책을 빌렸다.

막연한 고전이나 유명한 작가, 어딘가 들어본 유명한 책들을 이름만 보고 빌렸다.

당연한 결과가 보이듯 이런 책들은 단 한 자도 읽지 않고 2주 뒤에 그대로 반납했다.

이런 행동을 몇 번 반복하니 참 수고스러웠다.

 

그래서 그 다음엔 좀 읽어보고,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쉽게 쓰인 책들을 빌렸다.

내 문해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너무 쉬운 책인가라는 생각에 책을 빌리는 게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러다 중요한 건 내가 현재 고민에 집중한다는 것이고,

그걸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책을 빌려 공부한다는 것은 아주 값진 것이라는 것임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이전의 나라면 뭔가가 궁금해 공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항상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나는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100권을 빌리고 다독자 회원이 됐다

그렇게 책을 버리고 자유를 얻었다.

 

집에 쌓여있는 책을 뒤로한 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건 나에게 부채감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집에 책을 싹 버리고 나니 언제든 내가 원하는 지식을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현재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어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어떤 해에는 1년에 100권을 읽어 다독자 회원이 되기도 해봤다. 

 

책이 집에 많이 있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버린다는 것이 맞는 행동인가에 대해서도 확실히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나는 책을 버리고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기고, 스스로 알아보고 싶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현재의 나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 쓰지 않는 물건을 버렸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

눈 앞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과거의 내가 맘에 들었든, 들지 않았든 과거의 물건으로 계속해서 과거를 끌고 오는 것은 그리 건강하진 못한 상황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지도 현재를 기준으로 정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 눈앞에 과거의 물건은 정리하고, 지금 내 생각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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