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을 거면서

의외로 잘 안 먹게 되는 음식이 부대찌개다.
의정부나 동두천가서 유명하다고 하니 부대찌개를 먹기도 했는데, 평소엔 잘 안 먹게 된다.
부대찌개를 먹을 바엔
깔끔한 김치찌개를 먹거나
햄이나 소시지는 따로 구워서 먹는 게 더 좋다.
지인이 먹고 싶다고 할 때 먹을 때도 있지만
내가 선뜻 메뉴로 고르진 않는 것이 부대찌개다.
오늘도 그렇게 먹게 된 부대찌개다.
부대찌개 집엔 늘 식탁에 가스레인지가 있다.
네모 반듯하게 썬 스팸과 사선으로 썬 소시지, 김치, 콩 통조림, 콩나물, 파 그리고 육수를 부운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언제 끓나...
라는 생각을 하며 함께 나온 찬을 집어 먹는다.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를 먼저 넣으면
사리가 물을 다 흡수해 짜게 되니
부대찌개를 충분히 즐기고 라면을 넣어 익히는 건 어떠냐고 남편이 말했다.
디테일하게 즐기면 더 맛있을 거라는 그 말이 재밌어 보여 그러자고 하자는 말을 하며
부대찌개가 보글보글 익기를 기다린다.
부대찌개 햄은 왜 유독 맛있을까?

어느 순간 다 익은 것 같은 비주얼이 되기도 하고,
콩나물은 최소 5분은 익혀야 하니
5분도 충분히 지난 것 같아 한 국자 먹음직스럽게 앞접시에 담았다.
뜨거운 스팸부터 숟가락으로 살살 잘라서 한 입 한다.
짭쪼롬한 것이 부드러운 스팸의 짠 맛에 기분이 좋다.
맛있다.
사선으로 길게 썬 소시지와 잘 익은 김치 한 조각 숟가락 위에 국물과 함께 떠 먹는다. 역시 맛있다.
부대찌개 국물이 촉촉히 스민 스팸과 소시지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풍성한 짠 맛이다.
이렇게 두 세입 먹으면 밥을 부른다. 백미.
평소엔 잡곡밥, 현미밥 먹는 데 이렇게 바깥에서 외식을 할 때 백미를 먹는다.
나에게 백미는 건강을 신경쓰지 않는 일탈의 맛이다.
백미만으로 짜릿한데 부대찌개 햄을 곁들이다니 아나스타샤가 따로 없다.
백미를 한 숟가락 크게 퍼서 먹으면
부대찌개 맛이 중화가 되면서 더 맛있어진다.
그렇게 콩 통조림에서 오는 부대찌개 국물의 묘하게 기름지고 느끼하지만 맛있는 맛을 느끼기도 하고,
국물 머금은 콩나물 듬뿍 떠서 한 입 가득 아삭아삭하게 즐기기고 하면서,
또 햄과 소시지를 먹으며 ‘햄 사리 추가할껄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며
부대찌개를 즐긴다.
부대찌개라는 메뉴를 내가 고르진 않지만
막상 부대찌개를 먹게 되면
참 맛있게 먹게 된다.
라면사리는 육수를 많이 먹는구나

부대찌개를 충분히 맛있게 먹고,
라면 사리를 넣었다.
국물이 많이 쫄아서 육수를 넉넉히 부었다.
그리고 다시 강불을 켰다.
라면을 보통 5분 익히니까
5분 뒤 먹어야지 생각하며 앞접시에 가득 담은 부대찌개를 먹고 있었다.
보글보글 육수가 끓기 무섭게 국물이 없어졌다.
나는 다시 육수를 넉넉히 넣었다.
또 국물이 빠르게 없어졌다.
생각보다 라면 사리가 육수를 많이 먹는다는 걸 눈 앞에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냥 라면을 끓이는 것에 비해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는 잘 안 익었다.
5분이 지나 라면을 건져서 먹었는데,
꼬들꼬들했다.
부대찌개에 꼬들한 식감의 라면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이미 부대찌개의 짠맛에 점령당한 혀에도
느껴질 정도로 부대찌개 라면 사리는 강렬하게 짜다.
그리고 그만큼 맛있다.
짜고 꼬들하고 맛있다.
부대찌개는 나한테는 작은 일탈이다.
햄, 소시지, 짭짤한 국물, 백미, 라면 사리.
완벽하게 맛있었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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