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만 하려고 하면 앱에서 알림이 띠링.
나도 할 일 많은 데 메일에서 급한 일이라고 호들갑 떨며 알림이 띵띵띵.
열어보면 별 것도 아닌 광고 문자, 변경된 규약에 대한 알림 메일, 스팸 메일.
알림 터치하면 앱이 뜨고 앱 한바퀴 둘러보면 자연스럽게 키는 인스타그램.
그리고 앱을 끄면 나는 생각.
어? 나 뭐하려고 했었지?
목차
1. 별 것도 아닌 걸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핸드폰에 빼앗겼다.
2. 사소하지만 강력한 디지털 다이어트 방법, 핸드폰 알림 끄기!
3. 디지털 다이어트로 얻은 디지털 주체성
별 것도 아닌 걸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핸드폰에 빼앗겼다.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핸드폰을 끄면 기억도 안나는 정보들을 의무처럼 소비하고 있었다. 뭐 재밌는 거 봤어라고 묻는 가족에게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대답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내 귀한 시간을 쓰고 있는데 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지라는 허무함을 계속해서 껴앉고 있었다. 벗어날 방법 같은 것을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됐다.
일상생활을 하는 곳곳에서 핸드폰이 나를 붙잡고 웅웅 거렸다. 나를 부르니 쳐다보면 켜고 싶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켜보고 싶고, 앱이 열리는 걸 잠시나마 기다리고, 기다림 후에 보는 내용은 나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광고 문자, 앱 푸시 알림 들이었다. 풍선에 바람 빠지는 듯한 허무함이 또 들었다. 이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이렇게 쓸모없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증명이라도 하는 듯 켜져 있는 앱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었다. 내가 이 앱을 킨 당위성을 어떻게든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5분, 10분... 이렇게 해도 허무함은 채울 수가 없어 인스타그램을 켜고, 허무함이 더 커지는 공허함이 되어 가는대도 나는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0분, 1시간. 오늘 스크린타임을 보면 4시간씩 턱턱 찍히는 걸 보면서 이해가 안 되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나의 소중한 인생의 시간이 핸드폰에 낭비되고 있었다. 그 사소한 알림 하나 때문에 말이다.
내가 느낀 공허함을 없애려면 바로 그 순간 핸드폰을 껐으면 됐을 일이다. 그러나 그건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한 번 시동을 걸 땐 힘이 들어도 시동을 걸면 푸두닥 푸다닥 움직이는 경운기처럼 한 번 켜진 핸드폰은 계속 환하게 켜져 있기 마련이다.
내가 여기서 깨달은 점은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이 쌓여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소함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깟 알림 하나. 그깟 푸시 하나가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핸드폰을 사소하게 킬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가다간 5년, 10년 후에도 시간을 낭비하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나는 그 사소함을 바로 잡기로 했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디지털 다이어트 방법, 핸드폰 알림 끄기!
내가 사소함을 바로 잡기 위해 한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바로 알림을 끈 것이다.
나는 아이폰을 쓴다. 아이폰에서 알림을 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설정 > 알림 > 각 앱에 들어가 알림 허용을 끄면 된다.
알림을 끄면서 잠깐 스치듯 이 알림을 꺼서 나한테 올 중요한 정보를 내가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이 들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올까를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진 않았다.
유튜브 뮤직 알림을 꺼논다고 한들 추천 음악하나 못 듣는 것 뿐일텐데 그게 나한테 무슨 대수겠는가.
은행의 알림을 꺼논다고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메일은 내가 하루 중 필요한 때에 들어가서 보면 될 일이다. 24시간 메일 알림이 온다고 한들 바로 답장 안해서 큰 일 나는 일은 없다.
그래도 메일은 배지 하나는 켜놨다. 실시간으로 메일이 왔다는 것은 몰라도 메일이 왔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배지는 알림이 오면 앱 우측 상단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준다. 이 배지가 와있으면 메일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메일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는 내 시간의 주인이 되고 있었다.
디지털 다이어트로 얻은 디지털 주체성
핸드폰 알림 하나 꺼놓고 거 되게 유난스럽네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는 이 사소하지만 내 생활을 갉아먹는 원인을 하나 없앴다. 너무 사소해서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소한 과정을 거친 후 알림으로 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는 내가 원할 때 앱을 킨다. 앱이 먼저 나를 부르거나 확인하라거나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는다.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내가 원할 때만 무엇을 한다는 건 인간이 지닌 주체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핸드폰을 갖고 있는 요즘은 이런 주체성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다. 알림 하나인데 뭐 어때. 이런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알림 하나로 변하는 일상을 겪게 되었다. 그 알림 하나로 지금 궁금해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정보를 내 두 눈으로 보고 말겠다는 그 요상한 마음으로 앱을 키게 됐다는 말이다. 게다가 디지털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내가 디지털 세상에 빼앗긴 시간과 에너지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디지털 상에서도 나는 자유롭고 싶다. 내가 미니멀리즘을 통해 내 삶을 정렬하고 있는 건 자유를 위해서다. 나는 미래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현재를 살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에서도 나를 얽매이는 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 현재를 방해하는 건 바로바로 잡초를 제거하 듯 뽑아야 한다. 알림 같은 잡초를 말이다.
알림을 제거하니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알림이 오고 알림이 오면 핸드폰을 켜고 그러면 또 도파민을 찾으로 인스타그램을 켠다. 그런데 알림을 끄니 이렇게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은 나한테 큰 만족감을 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뿌듯함을 준다. 알림으로 부터 얻은 허무함은 더 이상 없다.
알림 꺼보세요. 여러분. 내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어요.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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